[어른다운 글쓰기] 조교님, 교수님, 상사에게 메일 잘 보내는 법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10대에서 20대로 올라가며 가장 어려운 것이 나는 아직 어른스럽지 않은데, 사람들은 나를 어른으로 대하는 것인 듯하다.
최근에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학교에서 비즈니스 메일 쓰는 법 등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도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기가 어려웠고, 최근에는 조교나 강사로 활동하며 때때로 어린 친구들의 이메일을 받는 입장에서 십분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오늘은, 필자가 대학교 생활 3년, 군대에서 이메일 관련 업무를 약 2년간 하며 터득한(?) 이메일 상식을 나눠보려고 한다.
교수님 뿐만 아니라 선배, 동료 등 서로 존대하는 관계라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지식이니 독자님께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
제목: 이메일의 알파이자 오메가
제목은 수신자가 이메일을 받으면 가장 먼저 읽는 부분이자 추후 답장과 대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마주치고, 마침내 이메일을 휴지통에 넣을 때까지도 보게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제목에 "안녕하세요"나 "~과 백지오입니다." 등 인사와 소개 등을 적어야 할지, 이메일 내용을 적는다면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헷갈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은 (조금 딱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직관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여러분의 메일을 받을 교수님, 조교님 등은 대체로 하루에 수십에서 백여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그들이 이메일을 쉽게 확인하고 기억하려면 제목은 단순할수록 좋다.
[세계사 과목 질문] xx과 백지오입니다.
[컴퓨터구조 학점 관련 문의] xx분반 190xxx 백지오입니다.
[xx전자 이벤트] 이벤트 신청합니다.
위 예시와 같이 대괄호 등으로 간단히 내용을 정리하면 좋다.
제목에 어느 정도 수준의 정보를 담으면 좋을지는 받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컴퓨터구조] 과목을 2개 분반 운영하고 있다고 하자.
만약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면, 굳이 내가 어떤 분반의 몇 번 학생인지까지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적이 잘못 입력된 등의 문제가 있다면 교수님은 성적 확인을 위해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므로, 어느 정도 분반이나 학번 등을 기재하는 것이 좋다.
안 좋은 제목 예시
안녕하세요. ㅇㅇㅇ교수님 컴퓨터구조 02분반의 1901xxx 백지오입니다. 이번 강의의 xx관련하여... (너무 긴 제목)
세계사 질문드립니다. (자기 소개 및 용건, 상세 정보 누락)
안녕하세요. 백지오입니다. (용건 누락)
자기소개: 그래서 누구신데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메일 수신자는 당신을 잘 모른다.
설령 당신을 수신자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말했듯이 하루에 수십 통의 메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발신자가 누구인지 이메일 주소를 주소록에서 일일이 찾는 것은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항상 이메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기소개를 상세히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지난 이메일의 답장을 주고받을 때는, 대부분의 이메일 서비스에서 지난 메일 대화를 보여주므로 중복되게 자기소개를 할 필요는 없다.
자기소개는 상황에 따라 들어가야 할 내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름, 직급 및 상대방과의 관계(학생, 거래처 담당자 등)이 들어가야 한다.
안녕하세요. ㅇㅇㅇ 조교님.
ㅇㅇㅇ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컴퓨터공학과 백지오입니다.
서론: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메일의 서두에는 제목과 유사하게 이메일을 보낸 이유와 간단한 상황 설명을 넣는다.
수신자는 바쁘다. 그가 이메일의 핵심을 파악하고 적절한 시간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초반에 어떤 일과 관련된 내용의 이메일인지 확실히 밝히자.
(다름이 아니라, ) 이번 학기 강의 내용 중, ~ 부분과 관련하여 문의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이번 ~ 학과 이벤트 신청드립니다.
다만, 만약 이메일의 성격이 수신자가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많이 받는 신청 메일 등의 성격을 갖는다면, 서론은 간단하게 쓰고 일단 양식을 전달한 후, 뒷부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본론: 정중하고 간결하게
때때로, 특히 상급자에게 이메일을 쓸 때면 필요 이상으로 말을 길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쁜 상대에게 보내는 좋은 메일은 간결한 메일이지 미사여구로 점철된 찬사가 아니다.
굳이 예의를 차리고 싶다면, 본론에 앞서 한 문장 정도 짧게 인사를 더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본론이랑 관계도 없는 이야기를 한 문단씩 읽고 있으면, 메일을 읽기도 전에 피곤해진다.)
Respect and Friendly를 담아, 정중하면서도 간결하게 내용을 정리하여 본문에 담아보자.
이번 강의에서 교수님께서 ~라고 하셨는데, (문제)
이 부분에서 제가 ~한 부분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스스로 알아보려 하였으나, (지금까지의 문제 해결 노력)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조교님께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용건)
항상 쾌적한 사무실 시설 관리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용하고 있는 본청 2xx호실에 전구가 여러 개 나가서, 도움을 부탁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저희 사무실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구 규격: xx W
- 전구 개수: xx개
- 고장 난 전구: xx개
결론: 감사인사와 추가 연락을 위한 안내
위에서 최대한 간결함을 강조했다면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중함이 중요하다.
메일을 읽어준 것에 대한 감사와 마무리 인사를 적는데, 이때 상대와의 관계나 시의적절성을 적당히 따져 인사를 한다.
환절기라면 감기를 조심하시라거나, 다음 미팅 때 뵙겠다는 등 편하고 정중하게 이사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연락이나 내 인적사항 확인을 위한 정보를 남긴다. (메일 서비스의 명함 기능을 이용해도 좋다.)
바쁘신 중에 긴 메일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수업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지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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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오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010-xxxx-xxxx
gixxxik@naver.com
메일을 보내기 전: 이 메일, 보내는 게 맞을까?
주변에서 상급자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보내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엉뚱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당연히 보내야 하는 메일이고, 보낼 권리가 있는 메일을 보낼지 말지 고민한다.
(예를 들면, 담당교수님께 진로상담을 부탁드리거나 업무 담당자에게 담당 업무 관련 메일을 보내는 등이다.)
어떤 사람들은 보내지 말아야 할 메일을 보내고 상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예를들면, 교수님께 기초적인 전공 지식을 묻는다는지, 친구에게 카톡 보내듯이 쓴 메일을 보내는 등이다.)
메일을 보내기 전에는 다음 사항들을 확인하자.
- 이 사람한테 보내는 게 맞나?
- 상대방의 직급과 사안의 중요성이 일치하는가?
(조교님한테 보낼 걸 교수님한테, 실무자한테 보낼 걸 팀장한테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 이 문제에 관련된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는가?
(담당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 이메일이 이 사안에 적절한 매체인가?
(사실 이메일은 대부분의 경우에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메시지나 대면 등 다른 방법도 고려는 해보자.)
- 상대방의 직급과 사안의 중요성이 일치하는가?
- 이 사람한테 보낼 수 있는 메일을 썼는가?
- 정중하고 시의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였는가?
- 채팅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있지는 않은가? (ㅎㅎ ㅠㅠ 등)
- 맞춤법이나 단락 구성에 문제는 없는가?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길
필자는 상급자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이를 즐기는 편이다.
굳이 없는 문제를 만들어 교수님과 면담을 하지는 않지만, 진로나 전공 관련된 고민이 생기면 스스럼없이 (정중하게) 교수님들을 찾아갔고, 덕분에 훌륭한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나 스스로도 가끔 후배나 학생들에게 연락을 받으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는데, 단순히 의무감은 아니고 도와주는 것이 보람찬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때때로 내가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임에도 참 도와주기 싫은 사람들도 있다.
(새벽 2시에 카카오톡으로 질문을 한 학생이라던지, 이메일을 인터넷 커뮤니티 말투로 보내주신 분 등이 그렇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무리 없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고 싶어 하고, 도와주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
상대방이 날 도와주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나를 더 잘 도와주기를 바란다면, 나를 위한 이메일을 보낼 때도 항상 상대방을 생각하며 써보시길 바란다.
어른스럽고 멋들어지게 쓴 이메일들이, 든든한 내 편을 늘리는 큰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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