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간식을 먹고, 컴퓨터를 켠다.언젠가 내가 하기로 결정한, 수일에서 수십 일째 계속하고 있지만, 막상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일을 하고,집중력이 떨어질 때쯤 점심을 먹는다.캘린더를 보니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라, 조금 더 일하다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일정이 있는 것 보니 벌써 주말이구나,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아찔하다.내가 나라는 것을 깨닫고 느끼기 시작했을 때, 난 이미 학생이었다.아침에 일어나 때로는 걸어서, 때로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고때로는 6시에, 때로는 8시에, 때로는 10시 넘어 집에 돌아왔다.스무 살이 되고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도 혼나지 않게 되었을 때,군복을 입고 집이 아니라 부대로 복귀하게 되었을 때,때때로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뀐 것만 같은..
국내에서 5년간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며 이제 국내의 웬만한 유명 커피숍은 대부분 정복했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도쿄 여행을 가게 되어 스페셜티 강국인 일본의 카페를 탐험해 볼 수 있었다. 도쿄에서 보낸 5일간 9곳의 스페셜티 전문점을 방문하며 커피 탐험을 즐겼다.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의 스페셜티 전문점들을 방문하며 마음에 들었던 6개 카페를 중심으로 도쿄의 커피 문화를 소개드리고자 한다.스페셜티 전문점 방문 전 소소한 TIP후술할 대부분의 카페가 유명세에 비하여 작은 규모로, 붐비는 시간대에는 1시간 이상의 대기가 발생하는 일이 예사였다. 또한 일부 카페는 주중 3-4일, 10시~18시와 같이 적은 시간만 오픈하기는 등 주 6~7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한국의 카페와는 꽤나 다른 모..
특이점이 온다.2024년 12월, 대학 졸업과 인턴 종료, 탄핵 정국, 경제 위기까지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미래에 단 하나 명확한 사실은 특이점이 온다는 것뿐이었다.IMF 이후 최고 수준의 경제적, 지정학적 불확실성, 말 그대로 하루 단위로 발전하는 기술,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성인으로서 고민해야 하는 것들까지 온 세상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가운데, 숨이 막힐 듯한 혼란과 고민 속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생각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내 삶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지는 격동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란 점이었고, 이는 또 하나의 질문이 되어 내 사고를 마비시켰다.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에 대한 것도 모른 채, 사실상 사고가 정지한 상태로 3주 정도의 ..
너 당장 대학병원 가야 돼. 조금 있으면 눈먼다.내 인생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날이 올 줄은, 그것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2024년 3월, 만 23세의 봄날이었다.봄바람도 좋고, 대학생활의 막바지도 즐길 겸 렌즈라도 맞춰볼까 해서 방문한 안과에서 선생님의 권유에 가벼운 마음으로 받은 검사였다.매끈한 검사 장비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내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시는 선생님의 표정이 세상 진지하시기에, 장난스럽게 "안 좋은 거예요?"라고 물었는데, 정말 안 좋은 소식일 줄이야.이름도 생소한, 망막 열공필자의 전공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이라는 분야로, 쉽게 말해 컴퓨터가 세상을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덕분에 카메라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물체에 반사된 빛이..
필자는 나름 개발, 특히 AI 분야에 잔뼈가 굵은 이른바 "중고 신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여 웹 개발과 앱 개발을 두루 경험했고, 인서울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여 1학년 때부터 교내외의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 군대에서조차 SW 개발병으로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고, 그 와중에 군 해커톤에서 입상하거나, 군부대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쉼 없이 달려왔고, 전역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자대의 컴퓨터 비전 연구실에 학부 연구생으로 들어가 1년간 바쁘게 연구 경험을 쌓았다. 컴퓨터공학에 발을 들이고 9년, 숱한 실패와 약간의 성취를 맛보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나였다.그런데, 취직이 안된다.호기롭게 취업 도전을 시작한 지 2개월, 면접은커녕 서류 ..
2024년이 밝았다. 2020년, 대학교 2학년으로 진학하며 내 약점인 컴퓨터 공학 기초를 보완하고,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되어보고자 계획을 남기기 시작한 지 어느새 4년이다. 지금까지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년 계획을 세우고 나의 현 위치와 방향성을 점검하는 것은 나를 확실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줬다. 2024년, 대학교 4학년, 연구실 2년 차, 만 23세, 주짓수 1 그랄. 올해는 어디로 가볼까? 모험을 시작하자. 장기 목표: 척척석사를 향해 작년 6월 작성한 계획 글에서 학부 졸업까지의 목표를 척척학사가 되기로 정했었다. 이제 이 목표는 올해 목표로 삼고 향후 3년, 석사 졸업까지의 목표를 세워보고자 한다. 연구 2가지 분야의 최신 연구를 follow up 할 수 있는 능..
2023년 1분기 회고 2023년 상반기 회고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기분의 전역을 뒤로하고 두려움 반, 기대 반을 담아 2023년 계획을 작성한 지 1년이 흘렀다. 코로나로 집에서 1년, 군대에서 2년을 보내고 3년 만에 복귀한 사회는 즐겁고 반가우면서도 때로는 힘들고 피곤한 곳이었다. 예상보다 즐거웠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겪으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12월이 되었다. 연구실에 들어가면 공부만 하며 한 해를 보내지 않을까 했던 걱정이 무색하리만치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연구실에 들어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내 꿈과 전공에 대한 생각이 발전한 한 해였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진 한 해였다. 할 말 가득한 2023년 회고, 시작한다..
본 포스팅은 포보스 선정 (아님) 군자동 최고의 주짓수 맛집 스트라이브 주짓수에서 아무런 후원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 공돌이 외길 인생 22년. 인생에 스포츠란 e-스포츠 밖에 없던 필자(솔랭 이블린 원챔)가 주짓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연구실 최고참 선배의 권유였다. 항상 맛있는 논문만 소개해주시던 분이 갑자기 그 어느 때보다 신나는 표정으로 주짓수가 재밌다고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얘기하니, 과학자를 꿈꾸는 공학도로써 무엇이 이런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는지 알아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짓수가 그렇게 재밌어요?" 한마디 물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주짓수 도장에서 낯선 도복을 입고 일일 체험을 받고 있었다. 얼떨결에 접한 주짓수에 대한 감상은, "신기함"이었다. 나로 말할 것 ..
두 번째 나 홀로 여행을 시작하며... 올해 3월, 생애 첫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로 나는 그야말로 나 홀로 여행 예찬론자가 되었다. 연구실 동료들, 가족들, 친구들... 만나는 사람마다 혼자 여행을 꼭 가보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권하고 다녔으며 삶이 힘들 때는 혼자 방문했던 제주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다음 여행을 꿈꾸었다. 내 첫 나홀로 여행 이야기는 이전 여행기에서 다루었으니 생략하겠지만 요컨대 나는 혼자 여행하며 오로지 스스로의 선택의 결과로 발생하는 모험을 겪으며 나를 둘러싼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였고, 이 경험은 과장을 좀 보태자면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기에, 이러한 경이로운 체험을 나만의 것으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워 다른 이에게 권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저마..
오랜만에 계획 글을 쓴다. 군대에 있을 때는 애초에 내가 계획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핑계로 무계획의 삶을 살았지만, 이제 다시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야지. 1학기를 보내며 연구실 일정 따라가랴, 수업 들으면서 학점 관리하랴 주어지는 과제들을 수행하며 살다 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못 하거나, 해야 할 것들을 힘들단 핑계로 안 하기도 하였는데, 이런 부분도 이제 잘 계획해서 실천해 봐야겠다. 장기 목표: 척척 학사가 되자. 6개월간 연구실에 적응하고, 선배 연구원들을 보며 연구원으로써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학사 졸업 후 본격적으로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 앞서 남은 1년 6개월. 내 목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체득하는 것이다. 연구 스스로 최신 논문 follow..
전역, 연구실 합류, 개강을 거쳐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3학년 1학기가, 2023년의 절반이 지나가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난 6개월을 보내며 내게 있어 가장 영향이 컸던 것은 단연 연구실일 것이다. 군대 2년, 코로나 1년으로 3년 만에 복귀한 대학교 대면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연구실에 실제로 들어가, 학부연구생의 한 학기를 보낸 낯선 경험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정말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한 6개월이었고, 하루 빨리 회고를 쓰고 정리하고 싶어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생각해 보면, 필자가 회고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대학교 1학년 ~ 2학년에는 매번 뭔가 새로운 성과를 거두는..
오늘 ImageBind 논문을 읽었다. 그리고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등 뒤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른다. 손이 떨려서, 뭐라도 적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글을 쓴다. 이 논문은 딥러닝, 그중에서도 요즘 핫한 생성형 모델(그림이나 텍스트를 생성하는)이나 검색 등, 임베딩 관련된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었을, 궁극의 임베딩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논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데이터가 있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세상의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어떤 단어로 그 데이터를 인지한다. 이게 바로 임베딩이다. 붉은 과일의 모양과 새콤달콤한 맛을 느끼고 사과를 떠올리는 것. 그런데 인공지능에게는 이게 어렵다. 붉은 과일을 사과로 분류하게 할 수는 있다. 새콤 달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