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가 된다는 것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뷰]
대학원에 간다. 석사 혹은 박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공지능(AI)을 비롯하여 관련 분야 취직이나 진출에 최소 석사 학위를 요구하는 분야가 있다. 내가 꿈꾸는 AI 엔지니어도 그런 분야이다. 체감상 모집공고의 90% 이상이 석사나 박사를 요구한다.
대학원에 필수적으로 진학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딱히 대학원에 간다는 것, 석사 혹은 박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좋으나 싫으나 최소 석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적인 의례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읽은 후에 말하건대, 이 책은 제목처럼 대학원생에게도 좋을 듯싶지만, 오히려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좋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석사,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있었고, 대학원생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물론 대학원생이라면 활용 가능한 팁들(좋은 교수님을 만나는 법, 연구를 잘하는 팁 등)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을 모조리 소개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저작권적 문제도 발생하고, 리뷰의 의미도 반감되므로 그러지는 않겠다. 참고로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아래 웹 사이트에서도 읽을 수 있다.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는 세 분의 저자가 각각 <박사 과정생>, <대학원 졸업자>, <대학원 교수>의 입장에서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도 있고, 저자 분들이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박사 과정생> 입장인 엄태웅 님의 글에서는 "좋은 지도교수 만나는 법"을 다룬다. 반면 <대학원 교수> 입장인 권창현 님의 글에서는 "좋은 학생, 나쁜 학생, 이상한 학생"이라는 주제로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을 평한다. 이런 시각의 차이에서 오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 이렇듯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대학원의 생태는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이 책에는 대학원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 거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한 문제를 바라보는 학생과 교수의 시각 차이 등을 비롯하여 대학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학계에 발을 들이게 될 미래를 상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내용들을 다룬다. 내용과 별개로 저자분들의 글 솜씨도 훌륭하여, 마치 친한 형이나 가족에게 썰을 듣는 것처럼 몰입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만약 여기까지 읽고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 아래는 읽지 말고 그냥 책을 구매하여 보거나, 위 블로그에서 글을 읽어보길 권한다. 종이책으로 약 400 페이지의 분량인데, 하루 만에 모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밌다!
좋은 책 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이 책을 굉장히 재밌게 잘 읽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 책은 백문이 불여일견, 꼭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라는 소리다.
고작 두 구절 정도를 본문에서 때어온 정도의 스포일러지만, 그조차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래도 조금 더 이 책에 대해 알아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스크롤을 내려보시라.
나는 책을 읽을 때, 옆에 컴퓨터를 켜놓고 있는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해당 페이지를 위와 같이 기록하는 버릇이 있다. 책을 다시 보는 건 좋아하는데, 처음부터 보기엔 부담스러울 때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쌓아둔 구절 중 특히 나누고 싶은 부분을 몇 개만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만약 억지로 징병되어 끌려온 군인에게 "너 만약에 너 인생 중에 2년을 없애는 대신 전역일로 점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래?"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중략)
마찬가지로 본인에게 박사학위만 얻을 수 있다면 그 미래로 점프하고 싶은지를 자문해보라. 그 질문에 대해 "안돼. 난 대학원 생활의 재미를 놓칠 수 없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대학원 진학의 마음가짐이 되어있는 것이다.
-24 페이지, 엄태웅 님의 글
나야 연구가, 딥러닝이 좋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내가 대학원에 정말 가고 싶어 하는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위의 글을 읽고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대학원에 가야 한다.
대학원에서 철야로 실험하고, 틈틈이 내 논문을 작성하며, 인간 지식의 최전선에 도전하고, 학회에 나가 저명한 학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제로 소통할 시간들을 학위와 맞바꿀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정말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 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직접 부딪혀 보고 싶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멘탈'이 무너져 내리게 하는 폭탄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중략)
멘붕 극복에서 중요한 것은 (1) 슬퍼할 만큼 슬퍼하고 (2)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3)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본 뒤 (4) 그래도 안 되면 '정신 승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 359 페이지, 권창현 님의 글
이 구절은 나에게 굉장히 큰 위로가 되었다. 특히 현재 무언가 좌절감을 맛보고 있는 분이라면, 권창현 님의 글 후반부를 강력히 추천한다.
석사에서 교수까지 나아온 과정과 교수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마주치는 '멘붕 폭탄'의 이야기와, 이를 어떤 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결론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학자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학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며,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 책을 진작 읽었으면 좋았을 걸 싶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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