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산병의 기본군사훈련단, 정보통신학교, 그리고 자대까지
와, 마침내 끝났다.
공군 입대를 하루 앞두고 티스토리에 글을 쓴 기억이 난다.
막 밀어서 거칠거칠해진 내 머리를 어루만지며, 글은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단 생각이 들어 짧게나마 당시의 기분을 글로 남겼었다.
이제 자대에 와서, 사지방에 앉아 이 글을 읽어보니 뭔가 먼 과거 같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만약 내가 저 글을 쓰던 시점의 내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아래와 같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
군입대를 앞둔 너에게
우선, 마지막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건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개인적으로는 진주에 조금 일찍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도 좀 하면서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
진주에 이쁜 카페도 많고 맛집도 많거든.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훈련은 힘들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해내고 나면 정말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
훈련단에서든 특기학교에서든, 자대를 두고 경쟁할 사람들이라고 동기들 너무 경계하지 말고, 좋은 사람들 많이 사귀어서 잘 지내다 갔으면 좋겠어.
그럼 파이팅하고, 뺑이쳐라!
각설하고, 그럼 이제부터 공군 입대부터 자대까지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군 보안 지침상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루지는 못하지만, 이 이야기가 공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고민 중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입대 당일 ~ 1주 차
입대 당일, 공군으로 입대하는 장병은 흔히들 훈련 소하면 떠올릴 논산이 아닌 공군 교육사로 입대하게 된다.
머리를 안 밀고 입대해도 군대에서 밀어주지만, 입영 즉시가 아닌 1주일간의 가입소 기간이 끝난 후에야 밀어주니 가능하면 밀고 들어오는 것이 편하다.
민머리를 만지며 교육사 앞에서 가족 혹은 애인과 눈물의 이별을 나누고 나면, 마침내 교육사 정문을 지나 입대 절차를 밟게 된다.
이 또한 자세히는 알려줄 수 없으나, 코로나로 인해 PCR 검사를 수행하는 과정이 상당히 괴롭다.
모든 행정 절차를 완료하면, 코로나 예방을 위한 격리 기간을 포함한 1주일간의 가입소 기간이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은 동기랑 얘기하기 -> 밥 먹기 ->동기랑 얘기하기 ->밥 먹기 -> 동기랑 얘기하기 ->자기 가 무한 반복된다고 보면 되는데, 상당히 무료한 시간이니 읽을 책을 들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1주일간 격리를 마치고 모든 PCR 검사가 음성이 확인되면 마침내 훈련이 시작된다.
기본 군사 훈련단
공군은 훈련소 성적이 자대 배속에 영향을 준다.
훈련소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수록, 추후에 자대를 선택할 때 우선권을 갖는다는 얘기다.
4주간의 훈련은 흔히 생각하는 군사 훈련인 유격, 행군, 화생방 가스 체험, 사격 등과 공군 역사, 군인 정신 등 공군 생활에 필요한 이론 지식을 익히는 학과 시간으로 나누어지는데, 학과의 경우 훈련 마지막 주에 시험을 보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입대 전에 예습을 해가고자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
훈련단 1주 차 가입소 기간에 심심한 나머지 교과서를 7 회독 이상 하면 누구나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
예습할 자료 찾는 시간에 진주 맛집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한 번 더 하길 바란다.
정 훈련단 준비를 하고 싶다면 체력 단련을 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1km 정도를 안 쉬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기 시험
공군에 일반 전형(?)으로 지원한 사람들은 특기 시험이란 걸 본다.
말 그대로 군사 특기 (운전병, 군악병 등..)를 정하기 위한 시험인데, 수학 영어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이 출제된다.
이 시험 성적과 자격증, 학력 등을 기반으로 원하는 특기에 지원, 합격하게 되는데, 전산병을 비롯하여 사전에 보직을 정하여 신청한 경우 이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
남들이 피 말리게 시험 치는 동안 쉬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능하면 꼭 미리 특기를 정해 지원하도록 하자!
특기학교
훈련단 기간을 마치면, 육군 후반기 교육에 해당하는 특기학교란 곳으로 가게 된다.
특기학교는 훈련단에서 배속받은 특기에 따라 나뉘는데, 실제 명칭을 써도 될지 모르겠어서 예시로 가짜 이름을 들자면, 컴퓨터병은 컴퓨터 학교, 운전병은 운전 학교와 같은 식이다.
특기학교 기간 역시 배속받은 특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나는 3주간 교육을 받게 되었다.
특기학교에서는 본인의 특기와 관련된 전공 지식을 배우며, 몇 번의 시험을 거쳐 성적을 산출하게 된다.
특기학교에서부터는 인원수가 확 줄어들기에 다들 경쟁심에 경계를 하게 되는데, 그러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 그리고 제발 통수와 정치 좀 하지 말자.
물론 등수가 높으면 정치와 통수에 당할일은 없다.
운명의 자대 배속
자대 배속은 특기학교 성적과 기훈단 성적을 종합하여, 성적순으로 자대를 고르는 방식이다.
1,2,3 지망을 정하면 순위 순서대로 해당되는 자대에 배속되며, 자신의 위 순위인 사람들이 원하는 자대를 모두 가져갔다면 자동으로 남은 TO 중 자신의 연고지와 가까운 곳이 배속된다.
자대는 업무가 적으면 적을수록, 본인의 집(주로 수도권)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인기가 많은데, 여기다 적으면 군사 경찰대에 끌려갈 수도 있고, 어차피 입대하면 친구들과 얘기하며 다 알게 되니 굳이 적지는 않겠다.
자대에 온 소감
입대에 앞서 내가 가장 걱정한 것들은, 주로 수직적이고 경직된 군대 문화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군에서, 그것도 공군 군생활 중 가장 힘들다는 훈련소/특기학교 생활을 마치고 돌아보니 내 걱정과 같은 일들은 없었다.
훈련단 조교님들은 모두 엄격하고 때때로 훈련병들에게 화도 냈으나, 모두 그럴만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훈육이 이루어졌고, 특기학교에서도 그랬다.
무엇보다 군생활 내내 느낀 것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다가 입대한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우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공군에서는, 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봉사하는 한 명의 국민으로, 전우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나와 비슷한 이유로 입대를 막연히 꺼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공군 입대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내 군생활은 이제야 시작이지만, 입대 전에는 막연히 하기 싫었던 군생활이 훈련단과 특기학교를 거치며 나름 보람차고 기대되는 일로 바뀌었으니, 분명히 앞으로의 생활도 나쁘지많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계획
자대에 와서, 아직 폰은 없고 사지방에 와서 보니 내가 없는 새에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
공부할 게 산처럼 쌓였는데, 언제 다 봐야 하나 싶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2개월간 커피 없이도 매일 6시 30분에 기상하는 삶을 살다 보니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정말 공부하는 군인 공돌이 시리즈, 시작이다!
+ 혹시 공군에 있거나 공군에 오실 독자님들은, 입대 후에 날 찾아오시면 맛있는 걸 사드릴.. 수는 없고 친근하게 맞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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