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에 코로나가 퍼졌다. 군인의 코로나 확진과 격리
코로나. 2020년 새해가 뜨자마자 등장한 이 녀석과 사회에서 1년, 군대에서 1년을 함께했다.
이 녀석 때문에 독감으로 죽기 직전인데 병원 문 앞에서 쫓겨나도 보고, 입대하자마자 1주일 격리도 당해보고, 휴가도 막혀보고,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군인이라는 신분 덕분에(?) 남들보다 먼저 예방접종도 받아가며 이 녀석과 싸웠고, 3번의 예방접종을 마친 후에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장병 인권 문제로 결국 막혀있던 외출과 휴가가 풀렸을 때, 몇 달간 잘 돌아가는 부대를 보며 "결국 이겼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적에게 일격을 가한 영웅이 가장 해서는 안될 말이 뭔지 아는가?
해치웠나?
젠장, 이긴게 아니었다.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 코로나가 들어오기 전까진.
부대 안에서 노래방도 가고, 치킨도 먹고 하다 보면 바깥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는 코로나라는 문제에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부대 내의 병사들은 사회와 격리되어 있다보니, 코로나로부터 상당히 안전하다.
마스크를 벗고 20여명의 인원이 축구를 하거나, 8명의 생활관원들이 다 같이 샤워장에 가서 샤워하고 목욕도 한다.
그러면서 우스개소리로 "그래도 군대가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모두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코로나가 그 엄중히 지켜지고 있는 부대 철책을 넘어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상 초유의 코호트 격리를 당하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 병사는 생활관으로 돌아가 대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오전 11시경이었다.
다들 영문도 모른 채 웃으며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우리는 2주간 생활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우리 부대 사무실 중 한 군데에서 근무하는 영외자가 코로나에 걸렸고, 해당 영외자 분과 함께 근무하는 병사들을 격리한다고 했다.
며칠 뒤, 격리 병사들 중 몇 명이 발열과 기침, 설사 등 증상을 호소했다.
또 며칠이 지나자, 이번엔 격리 병사와 같은 생활관에 있었거나 친했던 병사들이 증상을 호소했고, 이 와중에 생활관에서 병사들을 통솔하는 으뜸병사마저 확진되어버렸다. 생활관은 며칠 만에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몇 생활관이 격리되었고, 몇 생활관이 어디로 이송된다는 얘기가 돌았다.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줄 알았던 부대는, 코로나가 들어오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돌변했다.
코로나에 걸리다.
나는 병사 자율위원회 소속이라, 으뜸병사 대리로 격리 구역 조정 및 관리를 진행하게 되었다.
생활관에 간부들이 들어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관계로, 병사들의 증상이나 상황, 애로사항 등을 내가 수집하여 간부님께 전달하고, 격리 관련 지시사항이 내려오면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가 치료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빈 생활관을 소독하기도 하였는데, 아마 이 과정에서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
며칠간 고생 끝에 휴가를 나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열이 심하고 기침이 나서 자가검진키트를 했더니 진한 두 줄이 나와버렸다.
코로나 확진자 격리 절차
개인적으로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높다 생각해서 거의 매일 자가검진키트를 사용했었다.
휴가를 나오기 전에도 약간 컨디션이 안 좋아 자가검진을 했으나 음성이 나왔었는데, 휴가 중에 "이건 정말 빼박이다." 싶을 때 자가검진키트를 썼더니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양성 결과가 나왔다.
시간이 늦어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았다.
검사 시작 30분 전인 8시 30분에 도착했는데도 줄이 꽤 길어서, 9시 30분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최근에는 대기가 최소 1시간이라고 한다.)
면봉으로 코를 한번 쑤시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옥탑방에 격리 구역을 꾸렸다.
다음날이 되니 보건소에서 확진 통보와 함께 자가 기입식 역학조사에 관한 안내, 격리 통지서가 날아왔다.
코로나 확진일로부터 7일 후 24:00분에 격리가 해제되고, 그전에 밖으로 나갈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증상
나는 3차까지 예방접종을 해서인지 코로나가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아래는 내가 치료 중에 남긴 기록이다.
1일 차(자가검진 음성): 몸살 기운 있고 약간 추움, 열이 있고 피곤함. 콧물 나오고 목이 약간 아픔. 마른기침이 가끔 나옴.
2일 차(자가검진 양성): 몸살 기운이 심해지고 열이 많이 남. 움직이기 힘들고 어질어질 함. 머리 아픔. 맛이 약하게 느껴짐. (물에 담근 음식 먹는 맛) "이게 코로나구나!" 싶음.
3일 차(PCR 검사): 푹 자고 나니 좀 나아짐. 목이 꽤 아프고 가래랑 콧물이 계속 나옴.
4일 차(확진): 목 여전히 아픔. 머리도 어질어질함. 입맛은 천천히 돌아옴.
5일 차: 마른기침 조금 나오고 가래와 콧물 양 줄어듬. 목은 약간 아픔.
6일 차: 콧물 남은 게 좀 나옴. 목 다 나아서 노래 부르고 놀았다. 이제 몸은 멀쩡해진 것 같음.
정부에서 잡는 코로나 격리가 7일이다. 확진되고 7일 후면 대체로 호전되고 전염력도 없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도 6,7일 차가 되니 아픈 것이 대부분 호전되었다.
이런 식의 일반화에 우려는 되지만 확실히 오미크론이 중증도가 많이 나아지기는 한 것 같다.
그러나 부대에서 본 다른 확진자들 중에는 나처럼 증상이 가볍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어떤 형님은 "30년 평생 최악의 고통"이라고 묘사하기도 했고, 평소엔 건강하던 한 미접종자 후임은 상당히 심하게 병을 앓았다.
코로나에 걸린다면 크게 걱정은 하지 말되, 코로나에 걸릴 생각으로 너무 마음을 놓는 것도 위험할 것 같다.
코로나에 걸려보니...
코로나를 이겨내고 나니 새삼 지난 수년간의 고생을 돌아보게 된다.
비대면 수업, 친구들과 약속이 파투나고 랜선 모임을 가졌던 일, 코로나 속에서 연애를 시작하고 마스크 쓰고 데이트를 하던 추억들과 3번의 예방접종... 코로나가 새삼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크게 바꿔 놓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에 걸렸다 나았다고 이게 끝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뭔가 최종 보스에게 승리한, 아니 적어도 대면한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오미크론 재감염률은 꽤 높다.)
나야 무난히 지나갔지만, 코로나에 걸리면 주변에 미치는 피해가 상당하다.
내 동생은 나 때문에 한동안 친척 집에서 지내야 했으며, 우리 어머니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날 돌봐주셔야 했다.
이 끔찍한 병이 어서 사라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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