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써보는 부고] 백지오
본 글은 실제 부고가 아닌, 생전에 미리 자신이 지향하는 인생관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가상의 부고입니다. 저술 시점에 저자는 실제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를만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습니다.
들어가기 앞서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 옹은 살아감에 있어 큰 실수를 피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부고 (Obituary)를 미리 작성해 볼 것을 권합니다.
고인의 간략한 약력과 신상 정보, 장례 일정 등을 간결하게 전하는 한국의 부고 기사와 달리, 서구권의 부고에는 고인의 생전 행적과 평판, 고인이 사회에 끼친 영향력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고인의 마지막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형태로 작성되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과거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기록해두었다가 사용하는 '생지' 문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만 25세 생일을 앞두고, 저 역시 제 부고 기사를 작성해 보며 삶의 방향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참고) 스티브 잡스 부고, 가디언
(참고) 미리 쓰는 부고, 한겨레

[부고] 백지오
대한민국의 공학자 백지오 씨가 모월 모일 세상을 떠나 마지막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2000년 서울시에서 출생한 그는 다소 평탄치 않았던 성장기 시절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귀인과 훌륭한 스승을 만나 선량한 성품과 공학 분야에서의 출중한 지식을 갖출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소정의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가 영향을 받은 몇 공학인과 교육자들의 가르침에 따라 항상 지식과 배움을 나누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에도 그의 지식을 학계의 동료나 후배들, 교육 환경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나누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지식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자 노력하였으며, 지식이 사람과 사람을 나누는 해자가 되는 것을 경계하였습니다.
모범된 삶의 자세와 방향을 끊임없이 궁구하고, 이상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것만이 지식인의 책무이자 자격이라고 여기며, 공학뿐 아니라 철학과 과학, 신학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학습과 실천적 노력을 지속하였습니다. 매 순간 정도를 벗어나지 않으며, 타인을 헤치지 않는 사랑을 행하고, 더 어려운 길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 삼아 한 치 앞 모르는 세상을 살아감에 두려움을 없애고, 나아가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따라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는 탐험가였고, 동료들에게는 빛을 발할 수 있게 해주는 지원가였으며, 가족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풍류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낭만주의자로, 영화와 음악, 갖은 종류의 놀이와 미식, 아름다움을 즐기는 호사가였습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좋은 커피의 향과 웃음이 함께했으며, 자주 지인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대접하기를 즐겼습니다. 때로는 음식, 때로는 사진, 때로는 글을 남기며, 언제 어느 곳에서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세상을 유랑하였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작가이자 여행가로 여기며, 매 순간 세상과 온몸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매 순간 세상이 빚어낸 절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가 남긴 작품과 흔적들 또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그를 외롭지 않게 하였고, 솔직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제 그의 눈이 감기고, 귀가 닫혀 세상이 그에게 질문을 던질 수 없게 되었더라도, 그의 말과 행동, 작품 속에서 그는 항상 웃으며 커피를 내리고, 글을 써 내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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