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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2014)

  • 2026.02.22 02:19
  • Blog/리뷰

예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를 찾자면 표현적인 창조 활동을 일컬으며, 문화의 한 분야라고 한다.
한편 서구권에서의 art의 정의와 어원은 조금 더 흥미로운데, art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 ars는 본래 '기술'을 의미했다고 한다.

어떤 기술이나 학술의 경지가 높고 뛰어나 세상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분야를 막론하고 뛰어난 성취들을 예술의 경지, state of the art라고 칭하는 것은 그런 어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위플래쉬는 편치 않은 영화다.

미국 최고의 음악 대학에서도 최고의 재즈 팀을 이끄는 플래처 교수는 영화 내내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를 꿈꾸는 앤드류를 가스라이팅하고 학대하며, 자신의 행동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한 행동으로 합리화한다.

앤드류의 첫 합류를 앞두고 그가 앤드류를 격려하며 자신의 입으로 '나는 이곳에 꿈이 있어서 왔다.' (I'm here for a reason.)을 외우게 하고, 연주에 들어가서는 작은 실수에도 입버릇처럼 '내 연주를 망치러 왔느냐'며 학생들을 갈구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의 바이블이라 할만하면서도, 문제를 일으킨 학생 외의 인물들에게는 정중한 그의 모습은 그가 정말 그저 기준이 높은 스승일 뿐인가 싶은 혼란을 야기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혼란을 금새 명확한 진실로 치환한다.

문화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선을 넘는 욕설들, 의자나 드럼을 집어던지는 폭력성, 제자의 자살, 반성하지 않는 태도.

플래처는 명백하게 비정상의 범주에 속한 인물이며 본인이 그것을 알면서도 반성하지 않는, 좋은 스승이라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런 스승이기에 앤드류는 그와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후반부에 그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게 되고, 뛰어난 음악가를 만들기 위해선 압박이 필요하다는 플래처의 합리화가 현실이 된다.

한 학생이 죽고, 플래처와 앤드류는 학교에서 쫓겨났지만,
결국 플래처는 그의 꿈이자 앤드류의 꿈인 뛰어난 재즈 플레이어를 현실로 만들었다.


 
취미로 드럼을 배운지 1년 하고 반 정도가 되었다.
이제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나 콘서트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발을 구르거나 손으로 박자를 세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된 나에게 이 영화도 드러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이 영화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컴퓨터 앞에 앉은 나의 모습이었다.

State of The Art.

연구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 구절은 어떤 연구에 있어 현재까지 최고의 성능을 보인 결과물을 지칭한다.

저 구절에 집착하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고통스러워하고, 나를 착취하였던가.
얼마나 많은 플래처를 만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플래처가 되어가며, '이건 원대하고 아름다운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했던가.


이 오래된 영화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본다.

경이로운 연기, 풍성한 음악, 화면 속 색상들의 의미-영화에 대한 이야기들과 개개인들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나는 무언가에 이만큼 집중해본 적이 있던가'

'열심히 한다 하면서, 피 한방울 흘려본 적이 없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 유치원이었는지 초등학교였는지 기억이 흐릿한 어느 교실에서, 어떤 이야기의 교훈이 무언가를 주제로 대화한 기억이 떠올랐다.

'토끼는 방심해서 졌다.'

'베짱이는 게을러서 굶어 죽을 뻔했다.'

다시 영화 속 한 장면이 귓가에 울린다.

넌 여기에 꿈이 있어서 온 거야. 그렇지?
You are here for a reason. You believe that,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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