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20살. [2019회고]
2019년이 끝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20년 1월 1일, 1시 50분이다.
목 빠지게 기다려왔던 성인으로서의 첫 1년 이자 내 20살과 작별하고, 이제 21살이 된 지 2시간쯤 되어간다. 올해는 회고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12월 초부터 해왔지만, 성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보니 2020년이 와버렸다.
이참에 회고록과 2020년 계획 두 편으로 나눠서 편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의무감 없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018년 TMI
올 한해를 회고하면서 2018년 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다.
2018년 3월, 나는 특성화고 3학년을 앞두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친구가 이미 취직이 예정되어 있었고, 각자 나름대로 일반적인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장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내게 웹 프로그래머라는 예정된 미래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웹 프로그래머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이유는 당시 내 직무가 정확히 나온 상태는 아니었으나, 웹 관련 업무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봄 방학을 앞두고 나는 심각한 무기력감과 우울감에 잠겨있었다. 웹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프로그래밍하면서 마지막으로 즐겁다고 느껴본 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못 하며, 작동은 하지만 왜 작동하는지는 모를 코드를 뽑아내는 기계 같은 상태였다. 선생님들은 잘 해오던 학생이 갑자기 프로그래밍을 관두려고 하니 걱정을 하셨다. 그러나 당시의 내게 있어 프로그래밍은 더 이상 즐겁지도 않았고, 내 재능과 실력의 부족을 뼈저리게 느낀 이후로 좌절감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미래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4년 뒤로 미루기로 하고, 도피성으로 수능 준비를 시작했다.
세종컴공 19학번
수능을 마치고 성적표를 학원에 들고가자 선생님이 가고싶은 과를 말하라고 하셨다. 나는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과를 원했다.
차라리 수능 공부가 프로그래밍보다 낫다고 판단하여 수능을 본 사람치고 의외인 대답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수능 공부를 1년 하고 오니, 지난 수년간 보아온 소프트웨어의 가능성,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특히 NVIDIA의 AI Conference와 관련 자료들에서 본 딥러닝 적용 사례 등이 큰 영향을 주었는데, 갑작스럽지만 내게 이런 세상을 알 기회를 주신 전 NVIDIA 한국 지사장이자 드림앤퓨처랩스의 CEO 이용덕 대표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결국 나는 소프트웨어를 다시 배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1월 초,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1년간 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전공수업과 교양수업을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파이썬과 멀티미디어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멀티미디어 수업은 수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컴퓨터와 접목이 되는지 배울 수 있는 첫 수업이고, 매우 보람찼다.
파이썬 - 내가 좋아하는 주력 언어
프로그래밍이 싫어서 수능으로 도피하고, 처음으로 파이썬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다.
1년 만의 프로그래밍을 앞두고, 걱정이 앞섰다. 아직도 프로그래밍이 재밌지 않다면, 앞으로 4년간 전공과목 시간은 내게 고통의 연속일 것이었다.
이윽고 파이썬 수업을 시작하고, 반복문을 배워 별 찍기 실습을 할 때였다. 걱정과는 달리 프로그래밍은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 전처럼 짜증 나고 귀찮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 당시의 기분을 상세히 묘사하고 싶지만, 내 작문 실력의 한계로 불가능하여 담담히 설명컨데 그 순간의 충격은 내가 고1 때 처음으로 콘솔에 Hello World를 띄운 순간 이상이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프로그래밍이 즐거웠고, 파이썬의 간결함과 특이성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점프 투 파이썬을 정독했고, 인터넷에 전문가를 위한 파이썬을 주문했다. 파이썬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파이썬 전문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위에 링크한 두 책은 파이썬을 배우고 싶다는 이들에게 내가 강권하는 책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전문가를 위한 파이썬을 읽으며, 파이썬이 간결하고 생산성이 높은 것 이외에도 배울 수록 깊은 매력이 있는 언어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금방 파이썬은 내 주력 언어가 되었고, 내가 다른 무언가를 배우거나, 취미로 개발을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프로그래밍을 재밌게 하는데 좋아하는 주력 언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깃허브와 포트폴리오
대학교에 들어가기도 했고, 특히 파이썬을 하며 내가 짠 코드들을 업로드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내 자신감에도 도움을 줄 것 같았다. 그래서 깃허브와 링크드인을 시작했다.
깃허브는 1일 1커밋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시험 기간이나 방학을 빼고는 빽빽하게 채웠다. 학교 수업에서 짠 코드를 업로드하는 것도 좋았지만, 특히 수업 때 교수님이 언급하신 코드나 도움이 될 만한 코드를 올리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외에도 개인 프로젝트 등으로 하나씩 늘어나는 Repository 수를 볼 때마다 보람찼기에, 깃허브를 시작한 건 지금 돌아봐도 작년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링크드인도 미리미리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취직 정보 외에도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어 좋았고, 간간히 취직 제안이 들어와서 즐거웠다.
알고리즘 스터디 운영
ACM-ICPC를 나가보고 싶은데, 우리 학교에는 관련 동아리가 없어 연초에 직접 동아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운 좋게도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동아리를 한 학기동안 운영하였고, 이 과정에서 유튜브 C++ 강의를 찍어보기도 하고, 강의실도 빌려보고,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내 능력이 부족하여 동아리를 잘 운영하지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공부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람들이 많이 와줘서 감사하기도 했다.
함께해준 Code_High 회원분들한테 감사한다.
특히 김영현 형과 정재웅 형, 임효정 누나에게 큰 감사를 전한다. 열정적이고 능력있을 뿐 아니라, 나에게 많은 응원과 자극을 주셔서 한 해동안 동아리를 잘 운영할 수 있었다.
딥러닝을 (드디어) 배우다.
딥러닝 기술의 부상을 비롯해 명성은 중학생 때 NVIDIA 행사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내 원래 계획은 학부 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름방학 때 너무나도 무료한 나머지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책을 사서 자습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딥러닝은 진입 장벽이 낮고 즐거웠다.
대학원까지 공부를 미루려던 내가 후회됐고, 어서 딥러닝을 더 배우고 앞서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방학 동안 딥러닝 관련 책을 3권 읽으며 친한 교수님의 배려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딥러닝의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폭넓게 학습했고,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딥러닝이 막연히 빅데이터에서 규칙성을 찾아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구체적인 원리와 응용, 활용 사례들을 접하며 내 꿈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딥러닝을 활용하여 세상을, 작게보면 일상에서부터 크게보면 사회 전체를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간간히 번역서나 블로그를 통해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세종대학교 프로그래밍 동아리 활동
세종대학교 중앙 프로그래밍 동아리 인터페이스에서 활동했다. 이를 통해 많은 열정넘치고 좋은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현주 누나, 동기창 형, 권하윤 형을 비롯해 인페 선배들도 정말 감사한다. 처음하는 대학 생활에 큰 도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내 지난 1년을 즐거운 기억들로 채워주었다.
유민, 강은솔을 비롯한 친구들도 고맙다. 같은 위치에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다시금 느꼈다.
특히 노력킹 JS 마스터 김태균에게 감사한다. 공부와 해커톤 등에서 큰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덕분에 즐거운 1년을 보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같은 특성화고 출신으로서 AI 연구자라는 공통된 꿈을 꾸는 사람이 곁에 있어 복밭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날 빛나게 해준 수많은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감사하고, 내년 집부로 추천해주신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멋쟁이사자처럼 7기 활동
웹 프로그래밍 연합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의 7기 회원으로 활동했다.
Django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백앤드 개발, 특히 RESTful API 서버 개발을 배웠고, 내 취미와 해커톤 참여 등에 지대한 도움이 되었다. 2학기에 배운 react는 프론트앤드 개발 트랜드와 철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배운 것들 이외에도 세종대 멋사 회원들과의 인연을 기념하고 싶다. 내가 유일하게 19학번이고, 20살이라 실수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을텐데 다들 너무나도 친근하고 재밌게 대해줬고, 하나같이 착하고 배울 점 많은 사람들밖에 없어서, 인격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감사인사
졸업 전에 딥러닝 관련 논문을 하나 써보고 싶다는 말을 교수님께 드렸었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지도해주시는 김해광 교수님과의 인연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 내 지도교수도 아니며, 나와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받았고, 받고있다. 특히 필요할 때마다 너무나도 적절히 해주시는 조언과 격려, 자신감이 자만이 되지 않도록 해주시는 적절한 지도에 감사한다.
역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시는 권기학 교수님과 나중채 교수님께도 감사한다.
프로그래밍, 진로 관련 고민에 항상 빠르게 도움을 주시는 페이스북 그룹 케라스 코리아와 텐서플로우 코리아의 운영진과 회원 분들께 감사한다. 특히 수많은 딥러닝 관련 외서를 높은 퀄리티로 번역해주시는 박해선님께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싶다. 내가 올해 읽은 번역서의 1/3은 박해선 님이 번역하셨을 것이다.
역시 프로그래밍, 진로 관련 고민에 다양하고 전문적인 해답을 주시는 양영디지털고의 최선한 선생님께도 감사한다.
IT 업계 선배이자 친척으로서, 항상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삼촌에게도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항상 내 삶과 학업에 금전적/정신적 지원을 해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이외에도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내게 응원과 힘이 되어주는 모든 친구들과 선후배, 동료분들께 감사한다.
결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면, 이미 그런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라
내가 좋아하는 문구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문구를 생각하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1년 만에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리가 없고, 사실 10년이 지나도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2019년을 보내고, 2019년 1월 1일의 나를 돌이켜보니, 확실히 지금 내 이상향에 조금 가까워 진 것 같긴 하다.
2019년 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분명히 나는 발전한 부분도 있고, 예상보다 발전이 더디거나 부족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2019년의 목표였던 솔직한 사람이 되자는 부분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해서 만족스럽다. 특히 올해에 비로소 내 꿈을 찾은 듯 싶어 행복하다.
이제 수박 겉핥기식으로 넓은 범위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느정도 지양하고, 내 꿈인 딥러닝 연구자를 향해 달릴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더 개발적 역량을 키우고, 컴퓨터공학적 기본 소양을 다지면서도, 딥러닝의 프로가 되기 위해 집중적인 공부를 해야겠다.
또한 회고록을 쓰며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사는지, 감사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내년부터는 지식을 나누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느꼈다.
올해 배운 것
- C/C++(기본기 다지기)
- Python(킹갓)
- pandas(킹갓222)
- django
- 딥러닝
- perceptron
- keras(킹갓333333)
- tensorflow
- magenta(꿀잼)
- CNN, DCGAN, RNN, DQN, SinGAN 겉핥기
- 수학
- 대학미적분(아프다)
- 선형대수학(킹갓444444444)
- 이산수학
- 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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