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2학년의 여름방학 회고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분명 여름방학 시작할 때 봤던 유튜브 영상이 2달 전에 올라온 영상이 되어있다.
이제 약 27시간 후면, 다시 4개월에 달하는 2학기를 보내야 한다.
이 사실을 그저 받아들이기엔 너무 아쉬우니, 이번 방학 동안 내가 해온 것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Notion을 이용한 체크리스트 일정 관리
나를 포함하여 일정 관리는 많은 현대인들의 걱정거리일 것이다.
나는 고3 수험생 때부터 다양한 일정 관리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마침내 마음에 드는 방법을 찾아내어 공유해보고자 한다.
방학은 과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시간 감각을 잊어버리기 쉽다는 단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정을 시간 단위, 일 단위로 짜자니 여간 피곤하고 지키기 힘든 게 아니다.
나는 이번 방학에 Notion의 to-do list 기능을 활용한 일정 관리를 시도해봤다.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마다, 다음 주에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정리했는데, 가장 첫 줄에는 다음주에 신경 쓰고 싶은 것들을 적었다.
- 위트있는 사람 되기
- 항상 여유 갖기
- 책 많이 읽기
이 항목은 해당 주차가 끝나기 전까지 지우지 않고, 일정을 확인할 때마다 잊지 않고 실천하리라 다짐했다.
둘째 줄부터는 해당 주차에 해야 하는 일들을 적었는데, 데드라인이 있는 경우에는 날짜도 함께 적었다.
- ㅇㅇ대회 서류 제출 마감 (26일 수요일 18:00)
- ㅇㅇㅇ 논문 리뷰하기
- ㅇㅇㅇ랑 놀기
리스트의 아래쪽에는 우선순위가 낮은, 다음 주로 미뤄도 되는 일들을 적었다.
- ㅇㅇㅇ 논문 알아보기
- ㅇㅇㅇ 분야 공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든지 내킬 때 하면 되는 일들을 적었다.
- 배울 악기 생각해보기
- 닭칼국수 재료 사서 해 먹기
- 할아버지 뵈러 가기
체크리스트 일정 관리의 장점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삶을 위해 시간 단위, 일 단위, 심지어는 분 단위의 계획을 세워 실천하려고 한다. 나는 특히 수험생 때 이런 시도를 많이 했는데, 대부분 실패했다.
나는 이런 실패가 일정을 보는 데의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일정을 보는 것은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어야지, 압박되고 스트레스받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일을 수행하는데서 충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하물며 이 일들을 적어놓은 일정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다니!
Notion을 활용하여 1주 차씩 일정을 정리하고 보니, 일정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일정을 일 이외의 것들 (놀 계획, 되고 싶은 인간상 등)로도 채우니 일정을 보는 것이 그리 괴롭지도 않았고, 딱히 데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유가 생겼다.
일을 마치고 체크 버튼을 누르면 해당 일정은 취소선으로 가려지는데, 일정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방학 일정 관리에, 체크리스트 일정 관리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Kaggle 활동 쪼오금
Kaggle, 데이터 과학 관련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애증을 갖고 있을 이름이다. 데이터셋 기여, 대회 참여, 토론 참여 등 정말 많은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지만, 국내에 자료가 많지도 않고 감히 어디서부터 이 장대한 커뮤니티에 진입해야 할지 몰라 학부생 입장에선 두려울(?) 따름이다.
운 좋게도 나는 1학기에 들은 최유경(그저 빛...) 교수님의 인공지능 수업에서 Kaggle 기반 대회를 접해봤기에, Kaggle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진행 중이던 팀 프로젝트에서 수집한 국내 항만물류 관련 데이터를 가공하여 Kaggle에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인생 첫 Kaggle 데이터셋 기여를 해보게 되었다.
1주 1 논문 리뷰 프로젝트 (PR-GIO)
딥러닝 연구자를 꿈꾸는 학부생으로서, 딥러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겠단 생각에 1주 1 논문 리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무작정 주 1회 논문을 읽고, 영어로 된 발표자료를 만들어 발표를 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보자는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기 위해 나름의 규칙을 세웠는데, 방학 프로젝트라면 모름지기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라 생각되어 공유한다.
- 내가 재밌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논문을 선정한다.
- 너무 바쁘거나 피곤한 주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콘텐츠로 대체한다.
- 모르겠는 점이 있다면 지나치는 한이 있더라도, 모르는 것을 인지하고 지나치자.
위 규칙에 입각해 논문들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영어 논문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전체 내용의 약 30% 정도는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고, 10%가량은 아예 이해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 겸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라 힘들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고, 덕분에 8주간의 방학 동안 5편의 논문 리뷰, 1편의 DL 지식 소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 관한 자세한 회고는 별도로 글을 적어 두었으니,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은 참고해보시면 되겠다.
좋은 사람들
대학교에 입학하고 첫 1년간, 함께 대회를 나갈 팀원이 갖고 싶어 동분서주한 기억이 있다.
학교 내 커뮤니티에 모집 공고를 올려 사람을 구해보기도 하고, 동아리를 만들어보고, 다른 동아리에 들어가 보고... 심지어 대회에 나갈 팀을 같은 학년에서 꾸려 내가 가르쳐보려고 하기도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오만한 발상이다.)
그러던 2020년 1월, 친한 형이 술을 먹으며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좋은 팀을 갖고 싶으면,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들이 알아서 다가온다.
이 말이 감명 깊기도 했고, 1년간의 노력에 지치기도 해서, 2학년에 올라오고는 대회에 나갈 팀원에 집착하기보단 자기 계발에 힘을 많이 쏟은 것 같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교내 창업대회를 함께 나가자고 한다.
달리 할 일도 없었기에 별생각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우리 팀이 교내 창업대회 입상을 해버렸다.
내친김에 해커톤도 같이 나가자기에, 기세를 몰아 출전했다.
다 같이 모여 개발을 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협업이 즐겁기도 하고 누구 하나 노는 사람 없이 잘 굴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해커톤도 대상을 타고 말았다.
이후로도 여러 교내외 대회에 해당 팀원들과 출전하였고, 결과는 모두 입상이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이번에 만난 팀원들은 모두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실력이 뛰어나도 과시하거나 남을 무시하지 않았고,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함께 있기만 해도,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면, 1학년 때 나는 내 실력에 자부심을 넘어 자만과 오만함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자만심은 내 눈을 가려 소중한 사람들과 기회들을 놓치게 만들었고, 오만함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피하게 만들었다.
아직 완전히 이런 나쁜 버릇들을 고쳤다고는 하지 못하겠으나, 적어도 전보다 나아진 것을 느끼고 있다.
연초에 좋은 말을 해준 형과, 방학에 만난 좋은 사람들 덕분에, 한층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감사하다.
여름방학을 마치며
대학의 여름방학은 길다. 2개월, 8주는 사람이 정말 많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여름방학 동안 공부를 하는 것도 학생의 본분이겠지만, 놀고 쉬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다행히 필자는 이번 여름방학을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나름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딥러닝 연구자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으며, 사람으로서도 발전을 이뤘고, 무엇보다 다음 학기를 보내기 위한 에너지가 가득한 상태다.
회고를 쓸 때마다 언제나 핵심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필자가 처음 블로그에 작성한 2019년 회고에서도 그렇고, 한동안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내 노력과 함께, 옆에서 응원하고 도와준 사람들이 보인다.
언제나 나아가는 것은 나지만,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다.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등대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다시 한번 이번 올해 필자의 여름을 밝혀준 분들께 감사하며, 독자 여러분도 남은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독자분들도-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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